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이 구성한 위원회가 2026년 10월 10일, 2100년까지 세계인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할 17가지 위험을 정리했습니다. 그중 AI의 악의적 사용과 핵 충돌 두 가지는 피해가 극단적으로 커지면 인류 멸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으로 분류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발표가 2100년에 AI 때문에 인류가 멸종한다고 예측한 연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을 따로 다뤘고, 지금 어떤 예방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전체가 아니라 ‘악의적인 사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랜싯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AI의 악용과 핵 충돌을 ‘멸종 가능성이 있는 위협(extinction-potential)’으로 구분했습니다. AI 자체가 곧 재앙을 일으킨다는 단정이 아니라, 강력한 기술이 공격 목적에 활용될 때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피해를 평가한 것입니다.
예컨대 위원회가 고려한 위험에는 AI가 악의적인 행위자의 생물학적 위협 개발을 돕는 상황이 포함됩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일상적인 챗봇의 잘못된 답변이나 일반적인 자동화 오류와는 별개의 범주입니다. CNN의 보고서 해설 역시 AI 관련 대재난의 발생 확률을 추정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악용 위험을 줄이면 ‘건강수명 104억 년’을 지킬 수 있다?
위원회는 미래 시나리오를 비교해 AI 악용 위험을 줄이는 조치로 2100년까지 약 104억 DALY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DALY는 질병, 장애, 조기 사망 때문에 잃는 건강한 삶의 기간을 합산한 보건 지표입니다. 104억 명이 사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이미 관측된 피해도, 확정적으로 발생할 미래 손실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대응 시나리오를 가정해 계산한 예방 가능한 건강수명 손실 규모입니다. AI로 인한 전 지구적 대재난은 아직 관찰된 적이 없어 관련 위험 추정에 이론적 가정과 전문가 판단이 많이 반영됐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같은 연구는 핵 충돌 예방 조치로 2100년까지 약 1억 3300만 명의 사망과 93억 5000만 DALY를 피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숫자도 실제 사망자 집계가 아니라 위험과 대응을 모형화한 결과입니다. 두 수치를 AI와 핵전쟁의 ‘발생 확률’ 또는 확정된 피해 예측치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나머지 15개에는 기후변화와 비만, 항생제 내성도 있습니다
이번 위원회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 35명이 참여했습니다. 세계질병부담(GBD) 자료 등을 바탕으로 204개 국가와 지역을 살피며 2025년부터 2100년까지의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분석했습니다. 위험의 크기뿐 아니라 정책과 투자, 기술로 줄일 수 있는 피해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 구분 | 위원회가 제시한 위험 |
|---|---|
| 멸종 가능성 | AI의 악의적 사용, 핵 충돌 |
| 감염과 환경 | 자연발생적 팬데믹, 항생제 등 항균제 내성, 대기오염, 기후변화 |
| 건강과 생활 | 비만, 고혈압, 흡연, 과도한 음주, 정신건강 악화, 건강하지 못한 노화 |
| 사회와 갈등 | 재래식 무력 분쟁, 소득 불평등, 교육 기회 부족, 아동 영양실조, 보건 개발원조 감소 |
위원회는 이 위험들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예컨대 분쟁은 의료 시스템과 식량 공급을 무너뜨릴 수 있고, 기후변화 역시 다른 보건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17개 항목을 ‘발생 확률이 높은 순서’로 나열한 순위표로 읽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AI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나요?
이번 발표만으로 챗GPT나 클로드의 사용 조건이 바뀌거나, 새로운 AI 규제가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학술 위원회의 평가와 정책 권고입니다. 일반 이용자에게 특정 기능을 꺼야 한다거나 계정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안내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이나 개발자가 강력한 AI에 검색, 코드 실행, 외부 도구 접근 같은 권한을 줄 때 악용 가능성과 통제 수단을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는 논의에 근거를 더했습니다. 위원회가 제안한 대응은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 위험을 줄일 연구와 기술에 대한 투자, 새로 등장하는 위협의 지속적인 감시 등 세 가지 축입니다.
위원회는 결론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분석의 가치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킨다’는 자극적인 문장보다, 막연한 두려움을 예방 가능한 공공정책 과제로 바꿔 비교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원문은 랜싯 공식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